시민단체, 또는 사단법인이나 재단법인, 자원봉사조직과 같은 데서 일하다보면 황당한 일을 많이 겪게 됩니다.
물론 이런 황당한 경험 중에는 일반 기업이나 회사에서 겪을 수 있는 일이기도 합니다.
그 중에 비영리조직이기 때문에 또는 비영리조직이라서 듣는 황당한 편견과 오해에 대해 언급하고자 합니다.
1. 비영리활동가는 배고파야 한다.
- 요즘은 그런 분들이 없을거라 생각합니다. 일부 시민단체나 비영리단체의 임원분들은 비영리활동가들이 헝그리정신이 없다고들 합니다. 심지어는 비영리조직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급여를 많이 받으면 안되고 희생과 헌신성이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말도 안되는 생각이죠. 이런 생각을 가진 분들이 사회를 변화시키겠다는 둥, 공익을 추구한다는 둥 하는 건 모순입니다.
- 비영리활동가들은 오히려 사회변화에 헌신하는 사람들이므로 더 많은 보상과 처우를 해줘야 합니다. 일례로 NGO천국이라할만큼 많은 국제NGO들이 활동하고 있는 캄보디아의 경우, 비영리조직의 활동가들 급여수준은 기업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라고 합니다. 심지어 NGO에서 일하고 경력을 쌓다가 기업이나 정치권, 공직에 진출하는 사람들이 많을 정도로 인기가 있는 직종이라고 합니다. 비영리조직에서 안정된 처우로 다양한 사회변화에 대한 실험과 도전을 체험한 사람들이 그 과정에서 가치관을 무장한 사람들이 공직과 기업, 정치권에 진출하게 된다면 사회적으로 굉장히 큰 이익이겠지요?
- 직원의 처우에 인색하면서 직원에게 능력을 기대하는 건 바보같은 짓입니다. 좋은 능력을 가진 직원은 좋은 처우를 해줄 때 가능한 일입니다. 낮은 보상과 처우를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며 정작 직원에게 대단한 능력을 기대하는 것은 얌체같은 사고인거죠. 20여년간 사회생활을 하면서 느낀 것은 처우가 좋을 수록 직원의 능력도 그만큼 성장한다는 겁니다. 활동가가 배가 고프면 일하다가 굶어 죽습니다.
2. 비영리조직은 공무원조직이 아니다.
- 비영리단체에서 일하다보면 간혹 공무원 조직과 비교하면서 직원들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특히 실무행정이나 문서생산과 관련된 의견충돌이 생길때 '우리는 공무원이 아니다. 서류뭉치에 휘둘리지 마라'는 식의 주장을 펴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은 비영리조직에 있으면 안됩니다. 조직의 지속가능성을 저해하고 실무자들의 실력이 성장하는 걸 가로막는 사람들입니다. 특히 서류작성에 대해 부정적인 사람이 있는 조직에는 절대 발을 디뎌서는 안됩니다. 그런 조직은 부패에 쉽게 노출됩니다.
- 오늘날 정부든 비정부든 기업이든 비영리조직이든 기록이 매우 중요해졌습니다. 기록은 정보이고 정보는 역량입니다. 기록의 중요성은 문서로 완성되고 문서는 체계와 질서를 만들어 조직이 작동하는데 효율성을 높여줍니다. 예를 들어 매일 매일 업무일지를 기록해두면 조직에서 무슨 일이 언제 일어났는지 체계적으로 기록할 수 있습니다. 회계장부를 만들어놓으면 그 장부를 토대로 수지예산서를 작성하는 기초자료가 됩니다. 회의록을 꼼꼼히 작성해두면 서로의 기억력을 갖고 말다툼을 벌이는 일을 줄여 갈등비용을 줄일 수 있습니다.
- 많은 비영리조직에서 기록을 소홀히하고 서로의 친분이나 신뢰관계만을 이용해 소통을 하다 갈등을 겪는 일을 많이 겪고 있습니다. 모두 기록 대신 기억을 토대로 소통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굉장한 비효율이고 그게 바로 경제적 비용과 직결됩니다. 문서의 체계를 제대로 잡아놓으면 5분만에 일을 끝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문서의 체계가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일을 하면 5분짜리 일도 5일동안 해야할 떄가 생깁니다.
- 말로만 떠들고 문서로 자기 주장을 표현할 줄 모르면 그 조직은 오래 가지 못합니다.
3. 서류가 아니라 신뢰관계로 움직이는 조직이다
- 신뢰관계는 서로가 정한 룰을 존중할 때 이뤄집니다. 서로가 합의한 룰은 문서로 표현됩니다. 활자로 표현된 문서는 서로 대화의 방식과 언어를 기준으로 만들어집니다. 그래서 분쟁이 생겼을 때 문서를 통해 확인할 수 있고 시시비비를 가릴 수 있습니다. 그것이 신뢰입니다.
- 비영리조직은 사회적 목적을 위해 움직입니다. 서류를 기피하는 사이에서는 신뢰가 형성될 수 없습니다. 많은 후원자들을 모으고 싶다면 조직이 얼마나 서류를 체계적으로 갖추었고 문서로서 소통을 체계적이고 신뢰감있게 기록해왔는지를 후원자들에게 증명해보여야 합니다. 서류가 준비되지 않은 채 후원을 기대하는 것은 갈취입니다.
- 특히 실무자들에게는 그렇습니다. 비영리조직에 입사하는 신입활동가들은 부실한 서류체계라 업무인수인계도 제대로 받지 못한채 매일매일 대표가 시키는 일만 뒷수습하느라 급급하다가 조직에 실망하고 그만두게 됩니다. 이런 식의 악순환이 일부 단체에서 반복되고 있지요.
- 실무를 모르는 단체의 대표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조직에서 의사결정을 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실무적인 부분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 결정은 대부분 조직에게 위해가 될 요소가 큽니다. 실무를 모르는 리더에게서 실무자가 업무인수인계를 제대로 받을 수 있을까요?
4. 자기 조직에 대해 직원이 후원하지 않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 일부 단체에서는 직원들의 급여 일부를 노골적으로 후원하라는 요구를 한다고 합니다. 또는 회원확장이나 후원자 모집 과정에서도 '직원이 후원을 안하는데 시민들이 후원하겠나'라는 압박도 합니다. 후원이라는 건 자발성이 중요한 것이지 윤리적 의무나 도덕적 양심에 의지하는 것이 아닙니다.
- 직원이 자기 조직에 후원하지 않는 이유는 처우가 형편없거나 자기 조직에 후원할 만큼 동기가 없기 때문입니다. 직원들에게 후원을 말하는 임원들은 대개 자기들도 후원을 하지 않습니다. 후원은 문화입니다. 문화가 아니라 갑질로 만들어버리는 조직에 후원자가 생길까요?
5. 보조금 사업에 참여하면 조직에 경제적으로 기여해야 한다.
- 과거 일부 단체들의 구태에 젖은 일부 임원들은 보조금 횡령이나 유용을 당연시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필자가 90년대에 일했던 어느 개인 연구소에서도 이곳 저곳의 자치단체에 같은 지원사업을 받아서 보조금을 유용하던 걸 목격한적이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카드 사용도 의무가 아니고 영수증빙도 간이영수증이나 수기영수증이 많았으니 비리를 당연시 했을 수도 있습니다.
- 심지어 일부 단체의 임원들은 실무자에게 '돈을 만들어라'며 부당한 강요를 하기도 했고 고용불안을 느끼는 실무자들이 강요에 의해 구매액을 부풀려 현금으로 돌려받거나 무자료 거래를 통해 현금깡을 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요즘은 그런 단체가 없을거라 단언합니다만, 이런 부패를 마치 실력이나 역량으로 치부하는 꼰대들이 여전히 남아있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부패는 미꾸라지 한마리가 들어와 분탕질하는게 아니라 내부의 침묵이 곰팡이처럼 서서히 일어나는 것입니다.
재정보고에서 출처가 불분명한 수익에 대해 철저하게 추궁하고 부정한방법으로 조성한 자금이 아닌지 감시해야 합니다.
6. 후원금은 맘대로 쓰라고 있는 돈이다.
- 공익법인이나 공익단체로 지정받은 단체에서 일부 임원들 가운데에는 후원금을 호주머니 돈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짙습니다. 후원자가 우리 쓰라고 준 돈이니까 맘대로 써도 된다는 무지막지한 생각을 당연시해서 기부금을 빼내어 사적으로 유용하거나 목적과 다르게 쓰는 일이 있습니다.
- 심지어 그렇게 받은 후원금을 임직원들끼리 회식비로 쓰거나 활동비로 써버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후원금은 단체가 추구하는 공익목적의 사업을 수행하는데 쓰라고 준 돈입니다. 비영리조직에서 사업은 주로 사람에 의해 이뤄지므로 실무자의 인건비와 조직의 운영비에 쓰도록 하되 회식이나 사업과 관계없는 의전비용등으로 지출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합니다. 공익법인이나 공익단체의 후원금은 세법의 적용을 받습니다.
7. 비영리조직은 법과 제도의 적용을 받지 않는 치외법권지역이다.
- 비영리조직도 사업자등록을 하거나 통장을 개설하면 세법의 적용을 받고, 법인으로 인허가를 낼 경우에는 민법의 적용을 받게 됩니다. 공증이나 등기를 하게 되면 당연히 여러 법률관계의 구속을 받습니다. 직원을 채용하면 근로기준법과 간은 노동관계법의 적용을 받습니다. 그래서 법과 제도의 원칙을 강요하는 실무자들에게 일부 임원들은 비영리조직은 법과제도를 따르지 않아도 된다는 기괴한 철학을 말하는 임원들이 있습니다.
- 비영리조직도 영리조직인 기업과 똑같이 규제의 대상이고 법률과 제도를 지켜야할 의무가 있습니다. 법과 제도의 구속을 받지 않고 자유스럽게 활동하려면 사업자등록을 내지 말고 법인으로 인허가나 등기를 하지 말고, 비영리민간단체로 등록하지도 말아야 합니다. 그냥 친목계모임처럼 결사체만 만들어서 활동하면 됩니다.
- 간혹 이런 개똥철학으로 비영리조직을 운영하다가 실정법을 어겨서 전체 비영리단체들까지 부정적 낙인을 찍어버리는 분들이 계십니다.
'비영리조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재무] 메일머지로 급여명세서를 작성하는 방법 (0) | 2022.05.20 |
---|---|
[디지털]실무자들을 위한 데이터 기록 보존 (0) | 2022.05.14 |
[종류] 비영리조직의 종류와 유형에 대한 이해 (0) | 2022.05.09 |
[공증] 비영리법인 나홀로 공증 준비하기 (0) | 2022.05.04 |
[도장] 법인인감과 사용인감, 직인과 관인 알아보기 (0) | 2022.05.04 |